멍멍양도 참가 안 한다는 여름감기행사에 매 년 참가하는 내가 올해는 어찌 조용하나 했다.
"요즘은 감기도 안 걸려!! 무쇠강철 마징가제트가 다 되었다니깐..ㅋㅋ"
전날 밤에만 해도 이런 말을 했는데 새벽에 깜빡 선풍기를 틀어두고 잠든 게 화근이었나보다.
다음 날 아침부터 코가 조금씩 막히더니
재채기에, 콧물, 기침, 목아픔, 열까지- 감기란 감기 증상은 모두 나타나고..
결국 금요일엔 출근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. 입이 방정이다.
비가 억수로 내리고, 한 낮에도 깜깜한 하늘은 천둥번개로 몸살을 앓고,
나는 꼼짝없이 이부자리에 누워 여름감기를 앓았다.
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어 아프다고, 병원 좀 데리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 언젠가부턴 그게 참 어렵다.
이젠 '말하고 응석부리는' 입장 보다는 '들어야 하는' 입장이 되어 버려서일 수도 있고,
한 편 내 것을 말 안 하고 남의 말도 듣지 않으려는 이기심이였을 수도 있겠다.
그래도 젊은 몸이 좋은건지, 하루 꼬박 앓고나니 움직일 힘이 생겨서
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, 한 숨 푹 자고 밥을 한다.
텅 빈 냉장고에서 꺼낸 묵은지 겉잎 몇 장과 홍고추 한 개..된장..이것이면 족하다 싶었다.
밥상 앞에 앉아 한 그릇을 다 비웠다.
어쩌면 나는 오래오래 나도 모르게 몸에 기억된 음식의 힘으로 온갖 감기를 이겨냈을지도 모를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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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즈음에- 묵은지 된장지짐
재료 묵은지 200g(씻어 물기를 짠 상태...), 맛된장 2큰술, 다진 대파 1큰술,
홍고추 1개, 들기름 1작은술, 멸치다시마육수 3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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+ 맛된장 만드는 법 : 집된장 300g, 고추장 70g, 고춧가루 2큰술, 멸칫가루 2큰술,
간양파 3큰술, 다진마늘 2큰술 을 섞어 냉장고에 넣고 하루 이상 두었다가 쓰세요.
모든 된장찌개, 강된장 만들 때 사용합니다~
+ 맛된장에 여러가지 재료가 다 들어있으니 최소한의 양념만 넣어도 충분합니다~
멸치다시마육수 대신 쌀뜨물도 쓰시면 좋아요 :)
+ 푹 익은 묵은지를 써주세요. 전 위에 덮었던 겉잎들을 모아 만들었어요...^^
묵은지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꼭 짜서 준비~
냄비에 된장과 다진 대파, 들기름, 씻어 둔 묵은지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.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준비한다.
멸치다시마육수를 붓고,
(전 물이에요..육수가 똑 떨어져서..ㅠ 하지만 맛된장에 양념이 되어 있었던 데다
김치가 워낙 진한 맛의 전라도식김치라 맛있었어요)
센 불에 올려 팔팔 끓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뚜껑 덮어 푹 무르도록 끓이다가 홍고추 넣어 마무리-
너무 곰삭아 먹을 수 있을까 했던 김치 겉잎이
보들보들 부드럽게 찢기는 묵은지 된장지짐으로 완성~
입에 착착 감기는..토속적인 맛 ^^ 부드럽고 구수하다-
좀 덥지만 따뜻한 밥과 함께.. 몸이 더운 것과는 별개로, 뱃속이 따뜻해지는 느낌..
이것으로 족하다.
지금쯤 김장김치가 군내나서 못 드시는 분들 많으실거에요~
씻어서 볶거나 된장 넣어 지지세요..ㅎㅎ
훌륭하고 간단한 여름반찬이 된답니다.
열흘이 넘도록 포스팅이 없었네요..^^;
이웃님들.. 잘 지내셨지요?
전 이런저런 새 일들이 있었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.
긍정적 의미로 '견디는 시간'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네요.
폭염주의보랍니다.
물만 먹히는 게 당연할 때라 매 끼니 잘 챙겨드시라고는 말씀 못드리겠습니다.
그래도 저나 이웃님들이나 어깨 축 쳐지는 여름은 아니었으면 해요.
우리는 존재 자체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래요. 생명이니까요...
기왕이면.. 오늘은, 내일은 더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어요. :)
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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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. ^^
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.
아울러 상업적,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
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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